2011. 5. 9. 09:23ㆍ고조선 문자-소설 초고
“토번에 있는 소리 문자 구성은 어떠하오?”
“ 자음은 29개, 모음은 5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줄 마다 4개씩하여 7개 줄에 마지막에 [ㅎ]음의 한 문자를 넣습니다. 모음은 [아][이][우][에][오]가 있습니다. ”
“ 여기 종이 위에 그 문자를 그려 보게나.”
세종은 문자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벼루와 붓을 내밀었다. 양익스님의 눈에 그림인 듯 글인 듯 한 문자가 눈에 들어 왔다.
“상감, 이 문자가 무슨 문자입니까?”
“대사의 눈에는 이 문자가 중국 한자인 것 같소?”
“중국 한자도 그림문자에 출발해서 형태를 달리 여러 번 한 것이고, 진나라에 의해 통일된 서체를 가진 것이온데, 같아 보이지 않사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난 문자이옵니까?”
“우리 화폐 도전(刀錢)에서 나 온 것이라오. 고조선의 조선통보(朝鮮通寶)라고 보시면 되겠소이다.”
“아, 이것이 민간에서 사용한 우리의 고유 문자이군요.”
“그러하오. 그런데 이 문자를 풀길이 없군요. 대사는 어떻게 보시오.”
“이 문자들은 토번 밀교승들이 도력으로 자신의 몸을 감추는 은둔술법(隱遁術法)과 같사옵니다. 이 술법을 문자에 적용한 것이옵니다. 즉 사물을 문자 안에 감추는데 문자의 뜻을 알아야 그 진체(眞體)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는 토번 밀교승이나 중국 도사들이 행하는 술법을 이미 고대 조선에서 우리 어른들이 미리 수행하시고 창안하신 듯 합니다.”
“그러니 최치원이란 신라 학자가 나라에 현묘(玄妙)한 도가 있으니 풍류(風流)라 일컫는다 하지 않았소. 그러면 능히 문자를 만들 수 있는 공능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오.”
“ 이 문자 때문에 저를 부르시온 것이옵니까?”
“그러하오이다. 또한 이 문자 해석을 토대로 새로운 문자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어 그대를 부른 것이오. 다시 토번 문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시오.”
“ 서역 문자들은 땅의 넓이 만큼 문자도 다양하고 언어도 다양합니다. 그 근원이 되는 산스크리스트 문자 외에 또 한 어버이 문자가 있는데 브라미 문자라 하옵니다. 이 브라미 문자에서 모든 서역 문자들이 파생되었사옵니다. 토번 문자도 마찬가지이옵니다. 범자(梵字)처럼 아설순치후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보통 한 줄에 5개씩 이옵니다. 토번 문자만 한 줄에 4개로서 탁한 음 [ㅎ]한개를 빼고 체계를 잡았사옵니다.”
양익은 붓을 들고 세종 앞에서 토번 문자를 아설순치후 순서대로 적어 나갔다. 필체는 구름이 하늘을 흘러가고 물이 시내를 흘러가듯 부드럽고 우아했다. 세종은 우아한 토번 문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문자의 아래 부분은 물이 작은 폭포수에서 떨어지는 곡선을 닮아 있었다. 문자마다 오른쪽 위에 점을 찍는 것이 특이하였다.
“대사, 여기 근본 문자 오른쪽 위에 점을 찍는 점이 재미있구려.”
“그러하옵니다. [아]소리 인 듯 아닌 듯 낮게 내어라는 소리입니다. ”
“낮게 내는 소리라면 점이 문자 아래에 가야 하지 않소?”
날카로운 세종의 음운학 질문에 양익은 잠시 붓을 멈추었다. 궁궐 밖에서 듣던 소문 그대로였다. 경학, 문학, 예술, 음운, 과학 모든 분야에 천재성을 가진 임금이 났다라고 칭송이 대단했다. 처음 보는 문자에서 그 음운학적 이치와 문자의 모양새 차이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