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문자-24

2011. 5. 9. 10:48고조선 문자-소설 초고

 

 

-----------------8---------------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1층 열람실 구석 쪽에서 책을 읽고 있던 금철용 앞에 율무차가 담긴 종이컵이 쑥 들어왔다.

“자, 마셔. 오늘은 커피대신 율무차야. 너가 하도 체질의학, 사상체질 의학 하기에 오늘 너 몸보신하라고 커피대신 율무차야.”

율무의 담백한 맛을 느낄려고 컵을 집어드는 순간 박난희의 목소리에 짜증을 내는 여러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길 나가자.”

 

금철용은 박난희의 손목을 잡아 끌고 짜증난 눈길을 벗어나기 위해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학번은 한 학번 위이지만 한해 일찍 들어와 나이가 같은 그녀. 생물학과. ‘민찿사’ 라는 써클 모임에 들어 와서 알게 된 그녀였다. ‘민족 역사를 찾는 사람들’. 그녀의 첫 소개가 마음에 들었다. 역사는 생물과 같은 학문입니다. 살아있는 생물체를 탐구하듯이 역사를 찾아내는 작업이어야말로 우리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합니다.

 

도서관 밖 벤치 소나무 그늘에 앉은 여름날은 시원했다.

“방학인데도 도서관에 처박혀 있네, 우리 귀염둥이 동생.”

 

박난희는 금철용의 볼을 꼬집으면서 콧소리를 내었다.

“누나가 뽀뽀 한 번 해 줄까?”

 

박난희는 주위 학생들이 지나가는 것에도 아랑곳 없이 입술을 내밀었다.

“그만해, 그런 장난은 지겨워. 무슨 누나라고. 같은 나이에.”

“왜, 심통이야. 이번 교양 국사 F 받았다면서, 장학금도 교양 국사 권총 한방에 다 날렸구나. 전공 과목은 모두 A 와 A 뿔이라면서. 이 바닥에 내 정보원들이 쫙 깔렸지. ”

 

 

박난희는 적국의 중대 정보를 캐낸 첩보원처럼 의기양양했다.

“왜 권총 찼는지 말해봐. 담당 교수가 누구야?”

“ 그게 말이야. 교수가 권석종 교수인데, 환단고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을 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라는 시험 문제였어.”

“아 하, 권석종 교수의 낚시에 걸렸구나.”

“낚시?”

“작년에 나도 그 과목 들었지. 나야 선배들에게서 권석종 교수의 취향과 족보를 다 받아 적어 A 받았지. 그런데 환단고기류의 내용을 적은 학생은 모조리 권총을 찼데. 매 년 낚시를 해서 군국주의 의식을 가진 학생을 걸러낸다나 어쨌다나 이미 캠퍼스에서는 다 소문이 나있어.”

“ 나 에게는 왜 이야기 안해 주었어?”

“이야기 해 준다고 한들 니가 들을 것도 아니고, 족보를 전달한다고 한들 니가 그 내용을 그대로 적을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만두었지 .”

“그렇긴 해.”

'고조선 문자-소설 초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조선 문자-26  (0) 2011.05.09
고조선 문자-25  (0) 2011.05.09
고조선 문자-23  (0) 2011.05.09
고조선 문자-22  (0) 2011.05.08
고조선 문자-21  (0) 201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