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문자-19

2011. 5. 7. 11:56고조선 문자-소설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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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 대제학 정인지를 중심으로 집현전 응교 최항, 부교리 박팽년, 신숙주, 수찬 성삼문, 돈녕부 주부 강희안, 집현전 부수찬 이개, 이선로가 비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모여 있는 책상 위에는 그림인 듯 글인 듯한 문자들이 가득찬 종이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문자 문제에는 늘 제일 연장자인 정인지가 말문을 연다.

-지금까지 상감마마께서 하명하신 도전(刀錢) 문자 해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진척이 없으니 답답하오이다. 분명 이 문자들은 우리 선조들의 글인데 말이오.

 

 

수찬 성삼문이 말을 받았다.

-대감, 여기 나비, 모기, 개미, 코끼리, 쥐, 사슴, 염소 그림이 보이는데, 이건 우리 선조들의

상형문자가 아닐까요?

 

옆에 있던 한 살 위의 신숙주가 반대 의견을 내었다.

-문자가 어찌 우리의 문자라고 단정하겠나? 중국은 문자의 고향이니 중국 문자일 가능성이 높겠지.

 

성삼문은 이마에 미세한 인상을 쓰면서 반문했다.

-중국 문자라면 어느 나라 문자란 말인지요?

-춘추전국 시대에 연나라가 우리 조선과 제일 가까이 있었으니 연나라의 문자일 것이오. 특히 사기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북으로는 오환(烏桓)과 부여(夫餘)와 인접해 있고, 동으로는 예맥(穢貉), 조선(朝鮮), 진번(眞番)의 경제적 부를 장악(관:綰)하였다 라고 하니 틀림없이 연나라 화폐일 것이오.

-공은 관(綰)을 그렇게 해석하시는데, 제 소견으로는 경제적으로 서로 얽혀있었다 로 해석해야 문장의 맥락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 생각하오이다.

-전하께서 우리 민속 문자라고 단정지어 말씀하시니, 모두 그런 줄 알고 있는데, 이는 전하께서 잘못 생각하신 것이오.

-지금 상감마마의 총명을 의심하는 것이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학문 토론에 들어가면 성삼문과 신숙주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어색한 침묵을 깨고자 정인지가 끼어들었다.

 

- 자~자~, 국적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하고 이 문자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방도를 말해보시오. 신숙주 공이 연나라 문자라면, 이 문자를 한자로 읽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소. 진나라가 중원의 문체를 통일한 것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터이고 그러면 연나라 문자는 진나라 문자와 멀리 있지 않는 상형문자란 말이지. 신숙주 공은 답변해 보시오.

 

 

 

신숙주의 입은 바로 열리지 않았다.

 

 

 

성삼문은 신숙주를 대신해 의견을 내었다.

-대감, 제 생각에는 이 문자를 해석하는데 서역이나 토번(티베트) 나라의 소리 문자가 필요한 듯 합니다. 지금까지 상형으로 문자를 보아도 그 그림만 알 수 있고 그 정확한 의미는 모르는 것은 이 문자가 소리 문자의 일종이 아닐까 합니다.

 

 

 

 

신숙주는 성삼문의 의견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성 공, 이건 문자 수만 해도 적어도 대략 오백개 정도이고 많이는 삼라만상 만큼이고, 그 일치하는 규칙이 없는데 어찌 소리 문자라고 생각하오. 일본의 문자도 50개 정도이고 서역과 토번의 문자들도 대략 자음 30개 내외, 모음 5-10여개 정도란 말이오. 이는 공도 잘 알지 않소이까?

-물론 소리 문자의 개수가 그런 정도이지만, 지금까지 한자인 상형문자로 보고 풀어도 풀 수 없지 않았습니까?

 

 

 

기어이 성삼문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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