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누가 목련 나무에 꽃불을 켰나

2009. 4. 16. 12:00미술

  

 

  누가 목련 나무에 꽃불을 켰나 ( 70*27cm 한지에 수묵담채 )

<공예와 문인화의 만남전 : 부산학생문화회관, 4월4일~28일> 

 

 

누가 목련 나무에 꽃불을 켰나

홍수희

참 짓궂다
간 밤, 목련 봉오리마다 일일이 불을 켜놓고
날 새는 사이 숨어버린 이
저 가녀리고 희디흰 가지마다
두근대는 심장만 잔뜩 매달아 놓고
한 번도 꿈쩍 안 하시는 이
내가 봐도 그 애가 누굴 기다리는지
훤히 알겠는데
내가 봐도 촛불인지 등불인지 꽃불인지
누가 먼저 불질렀는지
훤히 알겠는데
내가 봐도 밀고 댕기는 사랑놀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훤히 알겠는데
참 짓궂다
하루 종일 응달진 뒤란에 벌 세워 놓고
그리움으로 휘청대다가 희디흰 눈물만 뚝뚝
떨구게 하는 이
참으로 짓궂다
없는 용기 있는 용기 다 내어도
나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아, 정말 모르는 듯이
빙긋이 멀리서만 바라보는 이

 


 

 

 

홍수희

1995년 문예지 한국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하였다. 제 2회 이육사문학상 수상하였으며,

현재 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 이다.

저서: 달력 속의 노을(1997, 도서출판 빛남)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2003, 도서출판 띠앗)  

        이 그리움을 그대에게 보낸다(2007, 도서출판 한솜)

 

 

 

 

 

 

출처 : 반석화실
글쓴이 : 그림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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